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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주일 전 이야기인데 이제야 포스팅을 하게 되는 이유는...그냥 사진을 좀 늦게 받아서. 기껏 땀 흘리며 다녀왔는데 사진 한 장 없이 포스팅 하면 누가 믿어줄지도 의심스럽고 괜히 없어보이는 포스팅이 될까봐. 뭐 하여튼 지난 주에 동대문 야구장 갔다 왔다는 별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 괜히 긴장하지 마시길 관람기 8월 5일 일요일 제 37회 봉황대기 전국 고교 야구 대회 1회전 성남고(모교) vs 개성고. 지난 2005년 6월, 청룡기 8강전에서 모교가 류현진표 삼진 관광을 타는 것을 본게 마지막으로 동대문에서 야구를 본 것이었는데 이번만큼은 제발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며...친구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동대문으로 향했다. 지역 예선없이 한 게임 지면 떨어져 버리는 봉황대기의 잔인한 특성 상 어쩌면 이게 동대문에서 모교 경기를 보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되는게 아닐까 하는 불안한 심정을 안은 채 동대문에 도착. 주말이라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길을 걷는 것조차 어려울만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그들 중 야구를 보러 온 사람은 아마 0.1%도 안될 것이라는 사실에 조금은 아쉬운 마음을 추스리며 야구장으로 갔다 ![]() ![]() ![]() ![]() 6시 반이 조금 넘어서 야구장을 들어가니 이미 경기는 시작돼 있었다. 1루측 좌석에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 모처럼 온 야구장을 둘러보니 여전히 관중은 200여명 남짓.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들은 대부분 학부모나 열성적인 동문들의 것들. 오랜만에 온 동대문 야구장은 별로 달라진게 없었다. 연녹색의 인조 잔디와 시끄럽게 화이팅을 외치는 빡빡이 고등학교 선수들, 여전히 앉아있기 불편한 의자까지도. 다만 지난번과는 달리 조만간 철거가 될 것이라는 운명을 선고받았다는 것. 그 한가지만큼은 달라져 있었다 ![]() ![]() 경기가 시작되고 성남고의 '홍포크'감독님은 뭔 이유에서인지 2학년 김태진을 먼저 올려서 초반 불안한 경기 운영을 해 나가는데 안되면 진야곱으로 바꾸면 된다는 자신감이야 좋지만 당장 한번 크게 털리면 다시 메꿀 화력이 없다는걸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김태우-오선진-송만수만으로는 3점 내기도 어려운데 말이다. 연습 투구를 하는 진야곱의 공을 봤는데 미트에 꽂히는게 후덜덜, 확실히 티비로 보는 것과는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는데 대붕기 때보다도 공이 더 위력 있어 보인다. 처음부터 열심히 연습 투구를 하더니 결국 2회를 못 버티고 진야곱이 등판하고, 깔끔하게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 ![]() 아무리 봐도 스카우터처럼 보여서 뒤로 슬쩍 가서 뭘 보나 했더니 경기 기록표. 스카우터 맞다. 그것고 메이저리그 같다
경기는 매우 지루한 투수전으로 흘러갔는데 개성고가 선취점을 내고 다시 성남고가 중반에 한 점 따라 붙으며 동점. 확실히 구위만 보면 진야곱 쪽이 훨씬 나았지만 개성고의 왼손 투수도 그렇게 호락호락한 타입은 아니었고-라기보다는 사실 성남고 녀석들의 타격 실력이 영 아니라...비단 성남고만의 문제가 아니긴 하지만-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지루한 1:1 상황이 지속되었고 개성고는 언더핸드 투수로 투수를 바꿨다 ![]() ![]() ![]() ![]() 8회 개성고는 득점을 할 찬스를 얻었으나 무슨 이유인지 홈인에도 불구하고 점수를 얻지 못했다. 티비 중계가 아닌 관중석으로 보니까 무슨 상황인지 전혀 짐작할 수도 없었고 어쨌든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만족. 경기는 연장으로 흘러가고 자리를 휑한 외야석으로 옮겨서 높은 곳에서 관전을 했다 ![]() ![]() ![]() 지긋지긋하게 이어지던 투수전이 흐름이 끊긴 것은 연장 11회. 간단하게 잡을 수 있었던 이닝을 수비 송구 실책 때문에 한 점 허용하며 마무리. 11회 말 진야곱이 다시 올라오고 그것으로 이미 경기는 끝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멋지게 삼진을 따내며 경기를 마무리 짓는 진야곱. 투수전이었기 때문에 11회 말까지의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6시 반에 시작한 경기가 9시도 안되어 끝나버렸다 ![]() ![]() ![]() 동대문을 몇 번 갔음에도 이제서야 처음 본...옛날 매점 가격표 펜스 안쪽에 붙어 있었던,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걸 알려주는... 그렇게 경기를 다 보고 나와서 집으로 돌아와서 컴퓨터를 켜보니 '진야곱, 151km'라는 놀라운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좀 있음 때려 부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동대문 야구장에 대해 이미 예정 된 일이다.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 행정 당국의 결정에 대해 뭐라 왈가왈부할 만큼의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높은 분들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행여 안 좋은 일이라도 당할까봐 그러나 그냥 야구를 좀 좋아하는 서울 시민인 내 입장에서는 이 건물은 때려 부숴서는 안될 건물이다. 1925년에 처음 지어진 노후한 건물. 외야 관중석에는 신문지를 깔지 않고서는 도저히 앉을 수도 없는 이 건물을 때려 부숴서는 안될 이유는 이 건물이 '동대문 야구장'이기 때문이다. 그냥 아무 때고 때려 부수고 재개발할 수 있는 널리고 널린 아파트와는 다른 건물이기 때문이다. 뭐가 그렇게 다르냐고?? 글쎄, 사실 나도 설명은 잘 못하겠다. 그냥 저 곳이 동대문 야구장이기 때문일 뿐이다 ![]() 고시엔은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다. 고시엔 구장은 낡았다. 한신 타이거즈의 홈구장이라 사실 맘대로 빌릴 수도 없어야 맞다. 그런데 한신 타이거즈는 고시엔 기간 한 달여 간을 지옥의 원정을 돌고 온다. 지방에서 올라온 선수들이 흙이 퍼가면 돈 들여서 수리하고 메꾼다. 게다가 여전히 내야는 모두 흑토다. 대체 왜 그럴까?? 그건 바로 고시엔은 고시엔 구장에서 해야 그 대회가 고시엔이기 때문이다 똑같다. 동대문 구장과 우리나라 고교 야구나 대학 야구의 대회들도 같은 관계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고 대통령기도 청룡기도 황금사자기도 모두 동대문 구장에서 해야 되는게 맞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동대문 구장이 없어진다. 새로 구장을 만들어준다고는 하는데 어쨌든 간에 고교 야구는 지금껏 지켜온 보금자리를 잃는다. 새로운 구장이 얼마나 깨끗하고 좋을지 몰라도 그 곳은 결코 동대문 구장이 아니다. 선동열의 역투가 빛나고, 박노준의 안타가 환호성을 이끌어 내고, 박찬호고 패전의 눈물을 씻었던 그 곳이 아니고, 더 거슬러 올라가 이제는 전설 속의 투수처럼 되버린 실업 야구의 최고 투수 김영덕이 '방어율 0.32'의 전설을 이룩했던 그 곳도 결코 아닐 것이다 ![]() 앞으로 3개월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 계속 되고 있는 봉황대기가 끝나고 가을에 대학 야구 대회 하나가 끝나면 이제 동대문 야구장도 안녕이다. 이미 생명력을 잃은 바로 옆의 동대문 운동장과 함께 무너져 내릴 것이며 그 자리엔 새롭게 멋지고 쾌적한 공원이 들어설 것이다. 마지막 고교 야구 대회가 빨리 끝나버리는게 하늘도 아쉬운건지 최근 때 아닌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봉황대기 일정을 꼬아 놓고 있지만 그래도 대회는 끝나고 때려 부수는 그 때는 올 것이다. 한 때나마 동대문 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쓴 두산이 페넌트 레이스 일정을 조절해 한 경기 정도 동대문에서 경기를 갖는 것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그냥 아쉬움만 더할 경기가 될 것 같다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 행정 당국에게 하고 싶은 말은 별로 없다. 어차피 그들 눈에 비춰지는 동대문 야구장은 오래 되고 별로 쓸모 없으며 꽉 막힌 동대문의 교통 혼잡을 유발하는 거대한 회색 콘크리트 덩어리이다. 다만 한가지 그들에게 드는 감정은 약간의 '동정' 뿐이다. 무엇을 동정하냐고?? 동대문 야구장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그들의 무지에 대한 동정이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모르는건 죄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동대문 야구장이 어떤 곳인지를 제대로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조만간 완전히 상실하게 될 것이다. 그게 아주 살짝 불쌍할 뿐이다 높으신 분들의 개발과 효율성에 관한 논리에 밀려 사라지는 건물은 아마 동대문 야구장 하나가 아닐 것이다. 언제든지 부수고 새로 지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이상, 조금이라도 효율이 떨어져 보이고 쓸모 없어 보이는 것들은 아마 순식 간에 부숴지고 무언가 다른 것으로 재탄생 할 것이다. 서울의 조금은 오래 된 근,현대 건축물들은 좀 긴장 타야 할 것이다. 머리 속에는 온통 효율만이 가득차 있는 분들 때문에 그 분들에 의해 채산성이 논해지고 계산기가 두드려지는 순간 그날로 부숴질 수도 있는 운명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것들이 부숴지고 새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고 네모 번듯하고 질서 정연하게 늘어선 빌딩들이 늘어서고 짜맞춰진 듯한 도로와 인위으로 조성돈 공원들이 가득한, 풍요롭고 안락한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서울이 만들어 질 것이다. 서울 시민들은 아마 아주 행복하고 즐거울 것이다 동대문 야구장을 때려 부수는게 시작 되면 가서 건물 잔해 속에서 벽돌 한 조각이라도 가져와 집에 갖다 놓으려 한다. 동대문 야구장의 흔적을 조금은 남기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그리고 우리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그 벽돌 조각을 보여주며 동대문 야구장에 대해서 설명해 줄 것이다. 높으신 분들의 무언가 치적을 남기고 싶어서 안달난 마음과 그 대단한 개발과 효율성 논리에 밀려서 사라져 버린 오래 된 회색 건물에 대하서 말이다. 그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간에 신나게 떠들어 댈 것이다. 마치 동화 속 네버랜드라도 갔다 온 것 처럼. 그리고 나서 그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 줄 것이다 '부디 아빠처럼 쓸데 없이 무언가에 대해 추억을 만들거나 정을 두지 마려무나. 특히 그게 언제든지 때려 부수고 새로 지어질 수 있는 회색 콘크리트 덩어리 따위라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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