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04일
동부 vs SK 잡답
모처럼 KBL 제대로 한 경기 봤다. 같은 시간대에 KCC vs KT&G도 하고 있었지만 전형적인 OME의 냄새가 나서(오랜만에 쓰네 OME) 수준 높은 동부의 경기를 보자고 결정했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동부와 SK의 경기였음. 그리고 나 때문에 관심도 없는 농구 보느라 고생한 맏후임에게 사과를 전한다. 이걸 볼리도 없겠지만...
KBL을 챙겨 보는 이유 딱 하나
간단하다. 김주성 때문에. 예전에는 김승현까지 두명 때문에 챙겨 봤었는데 요샌 김주성 하나다. 응원팀도 없는데 동부 경기는 꼭 챙겨보다보니 이러다 동부팬 될까 걱정. 김주성은 정말 클래스가 높다. 정말로. 국내 선수로는 전포지션 통틀어도 비교될 선수 따위가 없다. 이건 진심이다. 내가 김주성을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객관적으로 봐도 그렇다
오늘도 그랬다. NBA 출신 사마키 워커. 그래서 뭐 어쩌라고. 김주성이 한수위. 못하는 게 없었다. 미드레인지 점퍼는 이제 뭐 어지간한 가드보다 낫고 자유투 말할 것도 없고, 트랜지션 게임에서의 달리기와 트레일러 역할, 넓은 시야, 패싱, 좀 안 풀린다 싶으면 바로 아이솔레이션 시전. 페이스업이든 포스트업이든 상관 없다. 김민수 정도가 막기엔 너무나 버거워 보였다. 근데 아직도 뭔가 노동 착취의 냄새가...물론 팀내 최고 연봉자라지만 풀타임 다 뛰고 활동량이 너무 많다. 동부가 압도적인 전력까지는 아니라서 그런지 김명훈 쓰기도 그렇고 이러다가 4,5라운드쯤에 나가 떨어질까 걱정된다. 한국 농구의 보물인데
김주성의 가장 큰 장점은 던컨이와 마찬가지로 동료들에 맞춰서 플레이를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다. 예를 들면 여전히 3번과 4번 사이에서 헤매고 있는(공격에서만) 윤호영의 포스트업을 위해 하이포스트로 나와버린다. 그게 뭐 어쨌냐는거나면 김주성 요새 슛터치를 보면 알겠지만 엘보우 근처에서 알짱거리는 것도 엄청난 위협이다. 상대 빅맨이 함부로 골밑으로 헬핑 못 간다. 덕분에 여전히 포스트업이 익숙한 윤호영은 상대 3번들(솔직히 국내 3번 중에 윤호영 포스트업 막을 사이즈 되는 선수가 몇이나 있겠나. 삼성 김동욱 정도??) 상대로 여유롭게 포스트업. 대략 이런 식이다. 팀내 최고 연봉자가 팀내 최고 스크리너라는 사실은 김주성이 얼마나 훌륭한 마인드를 가졌는지를 보여준다. 플레이 스타일과 마인드를 감안하면 던컨과 가넷의 중간 정도 되는 것 같다
사실 김주성의 가장 큰 장점은 기본기에 매우 충실한 선수란 점이다. 세세하게 살펴보면 절대 사이즈에 의존하는 선수가 아닌데, 볼핸들링이나 왼손 사용, 스크린, 수비 시 블록슛 타이밍 재는 것 등등 하나하나 정말 기본에 충실하다. 그런 선수가 사이즈마저 압도적이니 당해낼 수가 있나
난 진짜 김주성만큼은 NBA에 도전해봤음 했다. 사이즈나 운동능력, 기술적으로도 완성형에 가까워졌고 아시아권에서는 적수도 안 보이고 유럽팀과 경기해도 그럭저럭 버텨내는걸 보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막말로 잭슨 브로만도 뛰는데 김주성이 못 갈건 또 뭐람. 개인 사정 때문에 기회를 날리고 그랬다니 뭐...사실 가뜩이나 엉망인 KBL에 김주성마저 없다면 기운이 빠질 것 같긴 하다. 그러니 동부는 나중에 김주성 은퇴하면 5번, 32번 영구결번 두개 해줬음 좋겠다. 그것도 모자람 사실

윤호영,챈들러,박지현,이광재
한명씩 짧게 코멘트를 하자면 윤호영부터. 아직 공격할 때 3,4번 사이에서 헤매는 것 같다. 대학까지 4번 뛰다가 3번으로 전향하는 선수들이 다들 이렇게 헤매는데 윤호영 같이 재능 있는 선수도 헷갈리긴 마찬가지인득. 동선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보니 헤매는 것 같다. 여전히 포스트업이 익숙하고 볼핸들링이 3번 보기에 다소 모자라고, 3점슛은 아직 전무한 그런 상태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개선될 거라 믿는다. 무엇보다 김주성과 같이 뛴다는 게 장점. 후아. 챈들러 수비 안해도 되겠음. 윤호영, 김주성 같이 뛰니까 뭐 골밑 들어가다가는 탈탈 털리게 생겼음. 198의 국내 선수가 2m 넘는 외국인 선수, 것도 nba에서 풀타임으로 10년 가까이 뛴 선수를 찍는 걸 보게 되다니...여한이 없다
요새 챈들러 보면 딱 이 테크가 보인다
한국 입국 첫 두해 정도 열심히 잘함 → 인정받아서 다른 팀과 계약 →'난 잘해, 난 멋있어, 난 킹왕짱이야, kbl 따위 내맘대로 해도 충분히 자신있어' → 무한 아이솔레이션, 포제션 독점 → 처음에는 잘 먹히니 감독들도 일단 용인 → 어느 순간 나태해지면서 경기력 하락 → 경기력은 하락했는데 여전히 근거없는 무한 자신감 →감독의 호출 → 손에 들린건 비행기표
농담이 아니다. 맥도웰의 사례가 떠오를 지경. 잘한다. 저걸 어떻게 넣나 싶은 것도 넣고 슛레인지도 길고 포스트업 페이스업 상황에서 자유자재로 득점 가능.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볼소유가 너무 많다. 외국인 빅맨이 볼 들고 넘어와서 탑에서 리딩한답시고 버티다가 혼자 아이솔레이션. 아님 넘어오자마자 뚱딴지 같은 3점. 이게 들어가니 망정이지 안 들어가기 시작하면 바로 '짐 싸라'임. 아까도 강동희 감독 표정을 보는데 참...'뭐 저딴 게 들어가냐 50%, 저걸 어떻게 조져서 융화를 시키지 30%, 재 빼고 윌킨슨 넣을 수도 없고 이거야 원 20%'. 지금은 티가 안나지만 체력 떨어지는 4라운드 정도부터는 분명히 문제 생길 것 같다. 초보 감독 강동희의 주름만 늘어갈득
이광재는 잘한다. 의욕만 앞섰던 지난날들을 지나 이제는 완연하게 성장했다. 아직도 이광재를 포워드로 분류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정말 바보임. 솔직히 내 기억에는 대학 시절에도 이미 가드에 가까웠다. 볼핸들링도 나아지고 다른 것보다 점퍼가 참 많이 좋아졌다. 높은 포물선을 그리는 점퍼. 다른 것보다 미는 폼이 아니라 점프 후 정점에서 손목을 잘 사용하여 제대로 쏘는 폼이라 맘에 든다. 간간히 풀업도 던지고 발이 빨라서 수비도 나쁘지 않다. 솔까말 거품으로 가득찬 강병현보다 100배 낫다. 강병현이 이광재보다 나은건 키 정도?? 이광재가 골밑 마무리만 더 안정적으로 갖추면 강병현 따위 버로우시킬 수 있음. 게다가 얼굴도 멀끔해. 강병현에 지지 않아. 동부 경기 보면 관중석에 뭐 들고 온거 거의 다 이광재꺼임. 애 데리고 온 아줌마가 '섹시광재'란 수제응원도구를 들고 있는데 뭐 더 할 말 있나. 이걸 보면 동부는 팀 전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세대 교체를 참 잘한다. 이광재-윤호영 라인이라니.허허
박지현은 잘왔다. 솔직히 표명일이 못하지는 않았지만 표명일이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볼이 유기적으로 잘 돈다. 과감함도 갖췄고 아직은 잘 안나오긴 하는데 박지현이 2:2를 참 잘한다. 김주성과 호흡만 좀더 맞춰보다보면 둘의 2:2를 주요 패턴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참 괜찮은 조합
하지만 개개인 선수는 괜찮음에도 올해 동부는 불안 요소가 많다. 우선 김주성과 이광재의 과부하 문제. 마땅한 백업이 없다보니 분명히 시즌 후반이나 플옵 가면 체력 문제가 불거질 것 같다. 챈들러의 삽질도 불안 요소고, 공격은 생각 이상으로 아이솔레이션 의존도가 높다. 공격 농구를 표방했지만 트랜지션 게임은 아직 미완성. 스팟업 슈터도 없고, 외국인 윌킨슨이 잉여인 것도 문제.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고 4강 이상은 충분해 보인다. 여전히 수비 로테이션은 매우 훌륭하고 개개인의 수준이 너무 높은 팀
SK와 변현수
중학교 동창 중에 저 이름을 가진 여자애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건 그냥 개드립이고 하여튼 변현수는 물건이다. 적어도 공격에 있어서는 스킬 만땅이며 상당히 세련되다. 185짜리 신인 가드가 돌파하다가 멈춰서 피벗으로 김주성 뛰게 해놓고 파울 얻는 장면을 보기란 하늘의 별따기. 앞서 말한 이광재처럼 여타의 미는 폼이 아닌 제대로 손목을 활용한 점프슛으로 지금의 3점 라인에서도 잘만 쏜다. 스텝을 잘 이용하고 퀵니스 좋고 볼소유를 많이 하지 않는 타입이라 더 좋다. 오프볼무브도 좋고 볼핸들링도 이정도면 봐줄만 하고 괜찮은 리바운드 센스에 다른 무엇보다 돋보이는건 멘탈적인 부분. 185의 기승호 보는 기분이다. 과감하고 판단이 빠르고 정신적으로 매우 강해 보인다. SK가 제대로 건졌다. 항상 돌아보면 유명 대학 출신의 이름만 높은 선수들보다 비록 대학은 떨어져도 충분히 출장시간 가지면서 단련해온 선수들이 더 나은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추승균이 그랬고, 김승현이 그랬으며, 기승호도 마찬가지. 변현수도 그런 느낌이다
근데 문제는 지금 SK가 볍신...주희정은 지난 여름 이후 뭔가 이상하다. 솔직히 많은 기대도 안했지만 그것만도 못하다. 많은 공격 자원을 이용하지도 못하고 답답하게 볼운반만 하고 있다. 이래가지고야 김태술 포기할 이유가 없지 않나. 걍 사견이었지만 김태술-주희정 트레이드 됐을 때 SK가 200% 손해봤다고 생각했었다. 나이도 그렇고 SK란 팀을 놓고 보면 김태술 대신 주희정이 온다고 뭔가 바뀔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었기에
김민수는 몸이 안 좋아서 그런지 영 별로였다. 그러나 몸 상태와는 별개로 이제는 거의 3번에 가까워진듯 싶다. 엘보우나 3점 라인 근처를 떠날 생각을 안 했고 간혹 돌파는 했지만 포스트업이나 로포스트 근처에서의 페이스업을 통한 베이라인 공략 같은-예전에 잘했던- 것들은 나오지 않았다. 포지션은 4번으로 나오는데 플레이는 3번. 워커 혼자 싱글 포스트. 워커가 워낙 건실해서 티가 안 나지만 영 보기 안 좋다. 방성윤 돌아오면 스페이싱 문제가 불거질 것만 같다
워커는 잘한다. 건실하다. 기본기에 굉장히 충실하고 팀플레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오히려 주희정보다 워커에게 공이 간 이후에 좀더 팀다운 오펜스가 나오곤 했다. 박스아웃도 좋고 다 좋은데 뭐랄까. 팀내 제 1득점원이라고 하기에는 폭발력이 약간 부족?? 그리고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수비에서는 존재감이 부족해보였다. 이런 타입의 선수는 동부 가면 진짜 딱인데...챈들러 자리에 워커가 가있다면 동부는 40승도 할 것만 같다. 썩어도 준치라고 NBA 출신이 다르긴 다르더라. 뭐 그리고 대버트였나. 워커 백업으로는 충분해 보였다. 올해 SK 외국인들의 특징은 건실함일까나
짧은 국대 이야기
오늘 경기를 보며 생각해보니 아시안게임이 1년 밖에 남지 않았다. 광저우 때쯤이면 개말년...아 이거 무슨 개말년드립. 아무튼 오늘 경기 보며 생각해 봤는데 요렇게 짜봤음 좋겠다
C: 하승진, 오세근
PF: 김주성, 이승준,
SF: 최진수, 양희종, 윤호영, 스팟업 슈터 하나
SG: 정영삼, 이광재
PG: 김승현, 박찬희
개인적으로는 전태풍보다 이승준 뽑아가는 게 나은 것 같다. 사이즈 때문이다. 오세근이 너무 작고 하승진이 항상 체력과 부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에서 김주성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이승준 데려 갔으면 한다. 솔직히 전태풍이 광저우 때까지 지금 가진 단점들을 개선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PG 스팟에는 김승현, 박찬희, 물론 김승현이 제 컨디션을 회복했다는 가정하이다. 박찬희는 슬슬 시험해 볼 때가 된 것 같고(근데 얼마전에 경기 보니 생각만큼 기량이 올라온 것 같진 않다) 2번은 저 둘이면 정말 충분하다. 양희종도 2,3번을 오갈 수 있고 문제는 최진수 차출이 가능하려나...그리고 스팟업 슈터는 뭐 방가나 이규섭, 김동우 정도 중에 컨디션 괜찮은 선수로 골라가고. 빅맨이 부족해보이지만 최진수가 국대에서는 거의 3,4번에 가깝고 짧은 시간이나마 4번 소화 가능한 윤호영, 양희종에 이규섭도 있을 수 있으니 뭐 충분해 보인다
다만 저렇게 짜고 가면서 게임 플랜을 확실히 짰으면 한다. 1번 의존도를 낮추고 더 많이 뛰고 더 많이 패스하는 모션 오펜스 사용, 하승진과 로또 3점에 대한 의존도 줄이기, 코트 전역에서의 강한 프레스와 트랜지션 게임의 강화. 요런 큰 틀을 잡고 준비를 했으면 한다. 사실 이렇게 쓰고 보면 결론은 김남기 감독 스타일...김남기 감독의 국대를 더 보고 싶었는데 참 아쉽다. 07년에는 3점 전문 슈터도 없고 제대로 된 1번 없이도 잘만 했는데...
사실 이제 기대도 안한다. 몇 등을 하든지 말든지
후아 힘들다. 더 할 얘기가 남아있긴 하지만 오늘은 이정도로 패스. 아직 시즌 초반이다
오늘의 결론: 뭐 이렇게 춥지
# by | 2009/11/04 04:32 | play with a ball | 트랙백 | 덧글(1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3점만 장착하면
김주성 >>> 넘사벽 >>> 안드로메다 >>> 멧 잉여...
그리고 김승현 징계를 바겐세일 해 준 크블을 보는것도 역시...란 생각을 들게 만듭니다.
헐 우리 완전소중한 김주성을 잉여랑 바꾸려 들다니 날강도시지 말입니다
김주성이 올해 몸상태도 괜찮고 해서 참 흐뭇하네요
까말 아무리 강동희 감독이 준비된 감독이었다고 해도 김주성이 이렇게 안받혀줬으면 힘들었죠~
근데 챈들러는 요새 저러고 노나요 헐 걱정이군요 =_=
그나저나 전창진 감독의 마법의 손은 진짜 ㅎㄷㄷ KT가 무서워졌어요 참
강동희 감독은 좋으면서도 고민이 많을득. 요새 챈들러 반쯤 정신줄 놓았어요
그리고 전창진 매직...운도 좀 받은게 2라운더인 제스퍼 존슨이 로또에 신기성 컨디션 올라오고 부상선수 복귀, 상무 갔던 선수들 복귀까지,쩝. 근데 막상 플옵은 가더라도 6강 이상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진짜 캐사기 유닛이라는 생각이 팍팍..